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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못되고 삿된 저의 청춘은 죽어버렸고 어느 새 장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허영으로 추해졌습니다. (<고백록> 제7권 1장 1절)
☞ 고백록 전반부는 398년 성인이 마흔네 살이었을 때 씌어졌으라 추정한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서른 살 무렵의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기술했을 수도 있지만, 많은 부분 마흔네 살이 될 때까지의 자기 모습을 투사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례를 받으면서 자기가 살아왔던 삶과 결별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기자신의 몸속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욕망의 뿌리까지 뽑아내진 것은 아니었고, 그런 자신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서 위와 같은 글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면 세례를 받는다고 하여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는 인간적인 욕구와 욕망이 깡그리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세례를 통해서 몸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이런 욕구와 욕망이 하느님을 향하게 할 수 있는 은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은 세례 후에 자신의 몸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욕구와 욕망 그리고 하느님을 향하고자 하는 지향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허영에 빠져 있는지 절감하게 되었을 것이고 내적으로도 자신의 추한 모습과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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