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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햇빛을 생존의 동력으로 삼는 아름답고 위대한 기계다.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합성할 줄 안다. 그 음식의 일부는 물로 우리 인간이 탐내는 것이기도 하다. 합성한 탄수화물은 식물 자신의 일들을 수행하느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궁극적으로 식물에 기생해서 사는 우리 같은 동물은 식물이 합성해 놓은 탄수화물을 훔쳐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데 이용한다. 우리는 식물을 먹음으로써 탄수화물을 섭취한 다음 호흡으로 혈액 속에 불러들인 산소와 결합시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호흡 과정에서 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돼 탄수화물 합성에 재활용된다. 동물과 식물이 각각 상대가 토해 내는 것을 다시 들이마신다니, 이것이야말로 환상적인 협력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지구 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口腔 대 기공氣孔의 인공호흡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홍승수, 사이언스북스, 2016, 87)
☞ 놀라워라, 자연의 신비. 놀라워라,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 다 알고 있는 것도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쓸 수 있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글을 자기가 쓰고 싶은 곳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글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글쓰기의 기술과 관련된 일일뿐 아니라, 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자기 마음의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는 내적인 힘과 관련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