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다시 서울로 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 몇 시간 혼자 있었다. 몇일동안의 시간이 아주 길게 여겨진다. 세상에서 묻은 때라는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얼마나 여유롭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각하게 되었고. 그냥 침묵하며 한 시간을 앉아 있었고, 몸과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건강진단을 위해 저녁 간단히 먹었다. 도시 한 가운데지만 아파트로 둘러쌓여있기 때문에 자동차 소음이 거의 차단되어 매우 조용하다. 새로 구입한 대형 모니터로 세계 유명 관광지를 보았다. 화질이 아주 좋아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보다 더 맑고 깨끗했다. 그런 아름다운 곳을 보면서도 설렘과 긴장과 흥분은 없었다. 그냥 아름답구나 정도였다. 오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방에 있는 십자가의 성 요한에 관한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책을 보았다. 자기가 좋아하고 추종하는 사람에 대한 정리된 자기 생각이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다. 사도직하면서 쏟았던 시간과 노력들을 학문하는데 쏟았다면 는 성녀처럼 할 수 있었을까. 자기 신앙과 자기 삶과 자기 영성에 대해 나름 정리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