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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라는 사람
노자의 생애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인 <사기> "노자신한열전"에 따르면 노자는 초나라 고현 여향 곡인리(지금의 하남 녹읍 동쪽) 사람으로 성인 이(李)이고 이름은 이(耳)라고 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81년을 있다가 이미 백발이 성성한 채로 태어났다고 하여, 늙었다는 뜻에서 노자(老子)라고 불렸다. 그는 한때 주나라에서 왕실의 서적을 관리하는 수장실 관리였다고 한다. 특히 공자가 그를 찾아가 예에 관해서 물었다고 하는 고사는 유명하다. 주나라가 쇠하자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 숨었다. 이때 관문을 지키던 관윤이라는 사람이 노자를 알아보고 글을 청하자, <도덕경> 오천언을 지어줌으로써 비로소 후세에 그의 사상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노자의 철학적 배경과 사상
춘추전국시대에 주나라의 예법과 제도는 붕괴되고 사회는 아주 혼란스러웠다. 당신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이 난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는데, 그 결과 '온갖 꽃이 만발하듯' 갖가지 사상이 발생했다. 노자 사상의 근저에는 당신의 혼란한 사회정치적 현실과 유가 사상의 편협성과 인위성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노자는 유가나 묵가처럼 예법 제도나 규범을 수립하여 이를 따르고 지킴으로써 당신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이나 만물은 제나름으로 방식으로 자생자화하고 있는데, 유가와 법가는 획일적 가치가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함으로써 오히련 혼란과 불행만 증가시킨다고 보았다.
노자는 이것을 변증하기 위해서 인간의 단편적이고 고정화된 언어가 사실을 그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며 인위적으로 실상을 왜곡시킨다고 하면서, 언어와 개념의 불완전성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똑같이 유가의 인.의.예.지 등의 윤리적 고정관념 역시 인간을 자유롭게 하거나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것은 도리어 다양한 인간 존재의 실상과 순박한 본성을 일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인간을 속박하고 백성들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거짓된 행동과 교묘한 술수를 쓰게 된다고 했다.
노자는 '도'라는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했다. 도란 바로 길이다. 만물이 다님으로써 저절로 생겨난 길이다. 그래서 바로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 무위와 타고난 본성대로 따르는 자연스런 길이 도다. 도를 따라서 무위자연의 살을 살 때 인간도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도는 만물이 그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의 원리이자 모든 존재가 그로 말미암아서 나온 근원이 된다. 도 자체는 만물이 따라야 할 길이지만 그것은 저절로 본성에서 우러나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자연일 뿐이다. 그래서 도를 따를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지만, 만물은 스스로 그렇게 타고난 본성에 따라 자생자화하는 그 속에서 도를 구한다. 결국 타고난 본성을 따르는 자발적이고 자연스런 삶 속에서라야 비로소 유가나 묵가가 추구하는 참된 인(仁)과 참된 의(義)도 실현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장은 유.묵을 비판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양자는 서로 만나게 된다. (<왕필의 노자주>, 왕필/임채우, 한길사, 2019,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