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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내고 매이지 않음말 씀/생명의 말씀 2021. 7. 4. 22:16
길거리에 걸닌 현수막이 많이 있습니다. 자기 학교 출신인 사람이 고위관리로 승진한 것을 축하하는 내용입니다. 자기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어떤 시험에 합격했다는 내용입니다. 손자나 손녀가 좋은 대학교에 합격한 것을 축하한다는 내용입니다. 자기가 개명한 것을 알리고, 앞으로 개명한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부탁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인사가 담긴 현수막은 기본이고요. 알리고 싶고, 자랑스러운 내용입니다. 이런 기쁨이 있어 살아볼 만한 살아볼만한 우리의 삶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 삶의 전부일까요?
우리에게는 감추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봐 쉬쉬하는 것도 있습니다. 자기만이 알고 있는 고통이 있습니다.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두고 있는 아픔과 기억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자기 마음뿐 아니라 몸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된 존재이기에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것을 가시, 약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픔과 고통이 자기로부터 떠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합니다.
신앙생활, 좁게 말해 영성생활은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자기 자랑과 영광됨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자기의 약함과 어둠과 죄를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떠나보내는 것은 매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 묶이지 않고, 자기가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하면서 자기라는 조그마한 성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떠나보내고 매이지 않는 것을 비워진 마음과 영혼의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것을 그리스도의 힘이 머무는 때라고 말합니다. 약하지만 강하게 되는 때라고도 합니다.
떠나보내고 매여있지 않는 모습, 비워진 마음과 영혼을 지닌,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로웠던 분, 예수님. 오늘 미사 복음은 이런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고향을 찾았을 때 마을 사람들이 말합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로서 마리아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형제와 누이를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서, 질책하거나 아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해야 할 일,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병자들을 고쳐주는 일을 하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실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언제나 하느님과 일치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영광스런 일에 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어둠과 죄스러움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내려오실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과 일치하고 하나되어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서 가고 그분에게 손을 내밀 때, 그분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우리를 그분께로 들어올려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