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판갈이교육자료/산과들과내 2021. 4. 28. 21:35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많고 많은 세상 사람들 중에서 너를 만나 기쁘고 너와 내가 다투고 헤어지고, 내가 너를 외롭게 하고 너가 있어도 나는 외롭고... 이런 모든 것은 견뎌내야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세상만사 쉬운게 하나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쉬워 보일 뿐이고, 본인은 수없이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할 뿐이다. 어떤 일이 되었든, 쉽지 않다.
농부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무를 키우고 꽃을 가꾸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농부로 점지 되는 것도 아니고, 조림사나 정원사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되어가는 것이고 만들어 지는 것이지만 아무나 그런 과정과 지리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면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나무와 꽃에 대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물어볼 것도 없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어, 그냥 이것저것 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돈도 조금씩 들어간다. 돈 들어가는 것이야 그렇다치지만, 시간을 많이 내주어야 한다. 머리 쓰는 일에 지쳤을 때, 머리 식히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밖에서 하는 일에 지쳐 머리 쓰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번 야생화 파종을 할 때 파종한 것의 10%만이라도 싹이 나오기를 바랬다. 숲속에는 대충 뿌렸고, 묘판에도 대충 심었다. 그런데 야생활의 질긴 생명력인지 뿌린 씨앗 대부분이 싹이 나왔다. 문제는 플라스틱 묘판에 심은 것이었다. 뿌린 씨앗에서 모두 싹이 나와 콩나물 시루처럼 되어버렸다. 묘판에 씨를 심을 때 적당량을 심었어야 했는데, 양을 조절에 실패한 것이었다.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묘판갈이를 하기로 했다. 싹이 너무 어려 망설였지만,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썩어 죽은 것보다 나으리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플라스틱 묘판에도 여러 종류의 모양과 크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크기가 조금 큰 묘판으로 옮겨 심으면서 어린싹의 갯수를 줄였기 때문에 뿌리를 내리는데 조금은 수월할 것이고, 숨을 좀 쉴 수 있게 해준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어제 오늘 이 묘판갈이를 해 주었지만, 절반밖에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제 묘판갈이를 해 주었던 어린싹들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일 오후까지 하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것이다. 나무를 키우고 꽃을 가꾸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는데, 이렇게 하면서, 무엇인가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알아가는 만큼 정원사로 되어가는 것이고,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나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