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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내가 다닌 초등학교 여자 선생님 중 하나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다가 이건 진짜 노르망디식 전통 가옥이라며, 아주 예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그녀가 단순히 예의상 그렇게 말한 거라 믿었다. 안뜰의 식수용 펌프나 노르망디식 콜롱바주 같은 우리가 가진 옛날 것들을 보고 경탄하는 사람들의 의도야 뻔했다. 수도물이 나오는 싱크대나 새하얀 단독 주택 같은 자기들이 이미 소유한 현대적인 것들을 우리는 못 가지게 하려는 속셈일 터였다. (<남자의 자리> 60)
☞ 글쎄. 그럴 수도 있으리라.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에 대한 향수에서 시골 사람들이 감수하고 있는 생활의 불편함을 찬양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물질문명이 발달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덜 개발된 나라, 그래서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비인간적인’ 상태를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형태 그대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 그렇게 하면서 그들을 자기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고, 타인의 삶을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