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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구입하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2. 13. 16:26
좋아졌다는 것이 싫어지고 발전되었다는 것을 따라가기 힘이 든다면, 나이가 상당히 들었다는 증거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매력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이 더 크면 살아야 할 시간보다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살 때마다, 옛날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를 돌아다니며 품을 팔았던 시간과 똑같이 시간을 허비해야만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와 관련된 온갖 정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컴퓨터와 핸폰에 입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입력되는 나의 카드와 통장 번호를 알아내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지 않을까싶다. 몇 십만원 든 통장과 카드가 털리는 것도 털리는 것이지만, 나의 편린들이 어딘가에 떠돌아다닌다는 것이 영 께름칙하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내 삶의 일부가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사회. 멋드러지게 옷을 입고 있지만, 모두 발가벗겨진 임금과 같은 처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