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글방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0. 10. 14. 23:23
광주글방은 8명이 마스크를 계속쓰고 널찍이 앉아 모임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여수에서 자매님이 늦게나마 참석해서 전번 모임 소회를 적은 일기도 읽고 자리를 빛내주었네요.
까뮈의 치열한 삶을 정리한 연보를 보고 실존적이고 반항적인 삶이 어떠했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7년동안 구상하고 다듬어서 34세에 이 세상에 내놓은 이 책이 지금의 코로나 시대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네요. 까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물들을 작품에 하나 하나 투영시켜 사랑과 연대로 재앙을 이겨나갈 희망의 멧시지를 전해줍니다. 페스트를 통해 한가지의 감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소설을 읽어가면서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내용들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지요. 2차 세계대전 직후 인류가 커다란 공포를 겪고 페스트를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으로 빗대어 인간 군상이 어떠한 처지에 놓이고 어떻게 의지로 투쟁하며 희망을 찾는지를 보여줍니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감옥이고 사람은 저마다의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가 처한 여건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저마다의 십자가와 고통을 안고 살겠지만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든 항체를 형성하여 저마다의 희망과 실천으로 살아가는 위대함이 나타납니다. 파스칼에서 읽었던 인간은 나약하지만 위대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네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까뮈의 작품을 읽어서인지 이야기 나눔이 거의 평론가 수준이라고 하네요. 번역자의 긴 작품해설에서와 같은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부정의 인물 코타르를 빼고 각자의 직분을 완수하는 성실성을 많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사랑과 행복을 찾아 여러번 오랑시를 떠나려했던 랑베르에게 주의깊게 듣고있던 리유가 부드럽게 말합니다.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 아닙니다" 타루의 행동을 영웅주의라는 추상과 관념으로 생각했던 랑베르는 결국 나만 행복할 수 없다고 떠나지 않고 보건대에서 함께 합니다. 저마다 지니고 있을 유행병을 이길 성실성의 문제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흐르는 맥락은 마음이 헤이해지지 않도록 하는 의지와 긴장의 문제로 보입니다.
14세기 전유럽에 대유행한 이래 흑사병에 나타나는 페스트 균으로 일어나는 급성감염병과 같이 인류는 모여살면서 감염병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극한 상황을 겪고나서 절망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인 감염병으로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공포와 이별의 아픔 등을 이겨내며 마음의 평화까지 도달할 수 있는자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페스트가 물러가고 책 끝에 "시내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리유는 그러한 환희가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하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 리유는 서술가적 입장으로 침착함을 잃지않고 관찰하는 서술로 지금 코로나 시국에 시사점을 많이 줍니다.리유의 어머니가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좀 등장하는데 타루가 한집에 살면서 어머니를 여성으로 찬사하는 글을 보고 그렇게 담고 싶다는 분도 있었네요. 까뮈는 어렸을때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청각장애자로서 까뮈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입니다. 한 자매님이 "까뮈의 문학세계와 어머니"라는 칼럼을 나누어 주어서 까뮈의 정직성과 도덕적 용기는 '가장 낮은 존재'인 어머니를 '가장 높은 존재'로 바라보았던 그의 세계관에서 형성되었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스트 책에서와 같이 여성은 역사에서 뒤전이었다는 이야기로 재앙에서 여성의 의미와 피해까지 거론되는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오래가서 모두 할 말이 많을텐데 다음 모임은 "코로나와 나의 삶" 글쓰기로 만나겠습니다. (ㅂ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