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물리브리/시가 내게로 왔다 2020. 10. 2. 21:13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벼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
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
물오기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갔소
아심찬이 그꿈고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 김영랑 -
☞ 저녁 산길을 걷다 가끔 멈춥니다. 산 아래에서 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밤에는 유난히 잘 들립니다. 단지 조용하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공기가 맑아져서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합니다. 머리속에 들어있었던 찌꺼기가 씻겨 나갑니다. 일과 사람들이 씻겨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냇물과 밤의 소리가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과거에 걸었던 길과 아직 가보지 않은 열어 가고 만들며 가야만 하는 밤의 숲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