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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8. 17. 22:20
"멍 때리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것을 '멍 때리기'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처럼 보아야 할 동영상도 많고, 보내야 할 문자도 많고, 들어야 할 강의가 많은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다니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니, 왜 멍 때리기를 하려고 하는데?"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좀 쉬어보려고요."
'멍 때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고, 그것을 가르쳐 주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응답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강물처럼 흐릅니다. 사람의 생각은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재잘거리고 흘러가기도 하고, 웅덩이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게 머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태를 겪으면서 흘러가는 생각의 흐름을 의식이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 같은 경우 한 가지 생각에 머물 수 있는 것이 5-6초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며, 그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에로 흘러간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의식이 끊겼다는 것은 졸도했거나 죽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래서 '멍 때리기'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비워내거나 흘려보내며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으로부터 물러나서 자기 생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되겠구요.
언젠가 서울 시청 잔디밭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생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생각을 비워내고 숨 한 번 크게 쉬어보자라는 취지였을 것 같은데. 모르죠. '멍 때리기' 대회가 재개되면 참가하여 한 수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잖아 있습니다. '멍 때리기'가 기도의 진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