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각에 대해서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7. 30. 21:13
저의 오감 중에서 가장 발달되지 않는 것이 미각인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발달되는 것이 미각입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면서 발달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어렸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무것이나 먹었고, 커서도 챙겨주는 대로 그냥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먹었고, 때가 되었으니 먹었습니다.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릊만 비교적 천천히 먹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먹고 기다릴 때도 가끔 있었는데, 눈치가 보여 먹는 것을 적당히 그만두는 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건네 그것에 응답하다가 혼자서 허겁지겁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미각을 발달시키는 것이 좋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자극적인 맛 밖에 남지 않는다른 말을 들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께서 준비한 음식이 맵고 짰는데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앞으로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에는 맛을 음미하면서 먹기가 힘들더라도 혼자서 먹을 때는 그렇게 해 보려고 합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담백하고 맛을 쉽게 느낄 수 없는 음식에는 손이 가지 않겠지만. 그리고 산책할 때에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나뭇잎과 나무 열매의 맛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대부분 새콤한 맛일 것 같은데, 이런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포도주의 맛을 보면서 포도주에 대해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쌉싸름한 맛과 달짝지근한 맛, 부드럽고 강한 맛 외에는 구분을 할 수가 없는데, 대단한 사람들처럼 여겨집니다. 얼마나 많은 포도주 맛을 보았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포도주의 맛뿐 아니라 위스키에 대해서도 똑같습니다. 제가 술은 좋아하는 정도는 술이 있으니까 마시는 것이고, 마셔야 할 분위기여서 조금 마시는 정도입니다. 물론 한 여름 땀을 뻘뻘 흘리고나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별도로 하고요. 몇 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여러가지 기쁨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하나가 길거리에서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모든 술이 다 똑같아 보입니다. 값이 비싸다고 하면 좋은 술이구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특별한 술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것만을 찾고 마시는 것을 보면서 여러 사람이 있는 것처럼 취향도 각기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직까지 좋은 술을 마셔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