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투는 나의 힘리브리/시가 내게로 왔다 2020. 7. 2. 22:28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
☞ 질투가 힘의 원천이 될 때가 있듯이, 미움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을 때가 있습니다. 미움이 자신을 지탱시켜 줄 때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가 고상하고 고차원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