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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6. 10. 22:43
농사짓는 사람에게 여름은 잡초와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요새는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죽인다고들 합니다만. 제초제는 논과 밭뿐 아니라 집 둘레에 있는 잡초를 죽이는데도 사용됩니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타고 마을 길을 달리다 보면, 집 둘레에 누렇게 타 죽은 풀들이 보이는데 이것 또한 제초제를 뿌려서 그렇게 된 거죠. 죽은 잡초의 누런색과 주변의 숲과 나무와 풀의 초록색이 대조되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농사짓는 사람 뿐 아니라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도 여름은 잡초와 전쟁하는 시간입니다. 제초제를 뿌릴 수도 없어 손으로 일일이 뽑아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먼저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 엄청 힘듭니다. 그렇다고 땅에 주저앉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리와 허리 아픈 것도 그렇지만 더위와도 싸워야 합니다. 모자를 쓰고 있어도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빛과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견뎌내야만 합니다. 벌 받는 마음으로 몇 분 동안 잡초를 뽑다 보면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잡초라고 이름 붙여진 풀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잡초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잡초라고 통칭하는 어떤 풀들을 뽑아내는 것 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잡초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잡초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을 잡초라고 할까요?
잡초는 정원 주인이 어떤 씨앗과 화초를 심었는데 그것과 관계없이 자생적으로 솟아난 풀입니다. 주인이 심은 중심된 풀과 화초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기만 자라는 풀입니다. 정원 주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라고 있는 풀이며, 심지어 주인의 의도를 거슬러 자라고 있는 풀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주인이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모든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초와 비슷하게 잡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기가 깊이 생각하고자 하는 것을 가로막거나 분산되게 하는 생각을 잡념이라고 하죠. 예를 들면, 하느님과 관련된 말과 성경의 말씀과 신앙의 진리에 관한 것을 깊이 생각(묵상)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방해하는 생각입니다. 잡초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모르듯이 잡념도 어디서 무엇때문에 들어오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잡초를 뽑아내면서 정원을 가꾸어 나가듯이, 우리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분산되게 하는 것을 걷어내면서 하느님을 향해 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