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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리브리/시가 내게로 왔다 2020. 6. 4. 22:06
헤어지고 와서
해가 갈수록
그리운 그대
이시가리 시외에 있는
그대의 집
사과나무 꽃이 떨어졌으리라
긴긴 편지
삼 년 동안 세 번 오다
내가 쓴 것은 네 번이었으리라
- 이시가와 타쿠보쿠 -
☞ '쌩까다', '씹다'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자기가 보낸 문자 메세지나 음성 메세지에 상대방이 무시하고 응답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광케이블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달된 소식에 빛의 속도로 응답해 주어야만 합니다. 발달된 전자매체를 통해 정보와 소식이 순식간에 아주 많은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코로나보다 더 확산속도가 빠릅니다.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이 신속해진 것 뿐 아니라, 그 이전의 만남도 신속하게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헤어지는 것도 '쿨'해야 하고요. 떠난 사람과 내가 떠나보낸 사람을 그리워하고 미련을 갖는 것은 찌질이들이 하는 행동 쯤 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부터 답을 기다리는, 설렘과 은근한 멋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답을 기다리는 동안 홀로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어서,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애틋한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삼 년 동안 네 번 편지를 했지만 세 번 밖에 받지 않은 것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인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서 사랑하고 노래하며 기다리는 사랑,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낯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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