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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삶기도.영성/성인성녀.교부 2020. 5. 13. 11:40
5월 13일, 수요일
교회는 이 세상에서 주님과 떨어져 있는 동안 마치 귀양살이를 하듯 살아가며 천상의 것을 추구하고 맛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6)
☞ <교회헌장>에서는 교회를 나타내는 몇 가지 상징에 대해 말합니다. 교회가 양우리이며, 하느님의 밭이며, 하느님의 집이며, 하늘의 예루살렘이며 우리의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듯이, 교회에 속한 사람들도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 사람은 아닙니다. 이것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말 중의 하나가 '귀양살이'입니다.
'귀양'은 죄지은 사람이 자기 집과 고향에서 쫒겨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가족과는 생이별을 하는 것이며, 정들었던 마을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손가락질 받는 무시당하는 사람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귀양살이 하는 사람의 바람은 자기 가족에게 되돌아 가는 것이고, 쫒겨났지만 잊을 수 없는 고향에로 되돌아 가는 것입니다. 뭔가 먹고 있지만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서 일뿐이고, 살고 있지만 기쁨이 없는 삶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교회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귀양살이하는 사람들과 같은 처지에 있습니다. 최소한 귀양살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언젠가 되돌아갈 본향이 있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살면서 이 세상에 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세상을 무시하고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과 관계없이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초연한 삶의 태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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