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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서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11. 16. 17:23
11월 16일, 토요일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작은 부위, 작은 아픔이라 하더라도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불편함과 친해지고, 아픔을 반려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몸으로 살아내기는 버겁다. 생각의 훈련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인내와 겸손으로써만 극복 가능한 일. 인터파크 강의는 언제나 부담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외부의 요청을 스스로 받아드린 상황이라 탓할 상황도 탓할 사람도 없다. 신심서적에서 다루고 있는 뻔한 이야기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라는 시큰둥한 답에 대한 고민으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내 나름의 바람도 있었고. 닮고 닮아버린 말장난과 사변적인 것, 실천에 대해 말하지만 그냥 말 뿐인 신학으로 하느님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말하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신학으로 내 삶으로 받아들여보고자 했던 마음이었다.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고 말해야 한다. 저마다 자기의 관점과 주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책을 때문에, 이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버거웠다. 힘이 넘쳐나는 때는 먼 옛날이고, 남아있는 얼마지 않는 힘으로 하기에는 버거웠다는 말이다.
이곳에 온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고된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도 기분전환의 기회가 아닌, 여행 자체가 일이었던 시간이었다. 외부활동을 줄이고 생활 패턴을 수정하는 것과 더불어 욕심을 줄여야 할 때다. 일년 내내 푸른 소나무도 가을이 되고 겨울로 들어서며 낡은 잎들을 떨구어 내는 계절이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날 수 있음을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