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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위원회 모임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11. 10. 16:44
11월 10일, 일요일
늦잠을 잤습니다. 암막 커텐이 있어 해가 떠도 밤과 같습니다. 전남 밤에 조금 늦게 자도 됩니다. 실컷 자고 나면 기분과 몸 상태가 조금 좋아집니다. 지금까지 자명종 없이 일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은 아닌가 봅니다. 열 시 미사인데, 아홉시 조금 오늘 모임에 참석할 사람들이 오셨습니다. 모임 장소로 하기로 했던 방 열쇠를 가진 사람이 부산에 가버려 다른 방에서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책상과 의자를 준비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바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번역위원회 모임이었습니다. 창립자께서 쓰신 편지를 번역하고 있는 이태리어 번역자와, 창립자 전기를 번역하고 있는 영어 번역자도 함께 했습니다.
동반자 회원들은 모두 영어 번역자들입니다. 영어책을 읽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번역 실력은 전문가 수준인 사람도 있고, 이보다 조금 떨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열정과 헌신하려는 마음만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두 달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생업으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도 틈틈이 번역을 했던 것입니다. 저 또한 직접 번역은 하지 않았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했습니다.
점심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 감자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리가 없었습니다. 지난 번 모임 때 갔던 순대국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같은 상호의 분점이 생겨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같은 상호이고 같은 재료를 쓸텐데, 맛은 떨어졌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의 가게라서 깨끗하다는 것 외에는 좋은 것이 없었습니다. 계산대 앞에 갔을 때,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산하시는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전화를 맡겨 놓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면서 식당에 있을 때 주머니에서 지갑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이 책상 위에 지갑이 있었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듯하여 조금 우울했습니다.
오후 모임에서 다음에 번역해야 할 책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한 분은 가브리엘 뽀센티 성인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그분의 전기를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한 분은 제가 좋아하는 젬마 성녀의 자서전을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젬마 성녀에 관한 책이 세 권있지만, 성녀께서 직접쓰신 일기와 자서전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년도 일정을 세우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모두 갈길이 멀고 주일인데도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바로 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