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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비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1. 31. 20:39
1월 31일, 목요일
돈과 관계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신부는 없다.
피정비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식사는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까 숙비만 받으면 안되겠느냐고 묻는다.
단식을 하려는데, 식사비를 제외하면 얼마냐고 묻는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사고방식으로
피정비를 할인해 달라는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난감하고 피하고 싶고, 이야기하는 것이 껄끄럽다.
숙비와 식사비를 구분하여 받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피정집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지 않을 뿐이지
다른 편의 시설을 모두 사용하고 있고,
기도와 전례까지 포함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니,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요 ㅠ' 라는 말이 더 솔직한 표현이겠지만.
물론 단체로 피정 올 때 자기가 속해있는 기관에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구분해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1박 3식에 피정비 얼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온전한 하루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자기가 지불해야 하는 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씁쓸하고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기도하고 쉬기 위해 찾아온다고 하면서,
싸구려 식당 취급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에게는 화가난다.
피정비가 많다고 여겨지고 아깝다고 여겨지고 돈을 아끼고 싶다면,
여관이나 모텔로 문의하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형편이 괜찮다면 호텔로 가시던가.
"교회에도 필요한 건 있네. 솔직히 털어놓자면 돈이 필요하단 말일세.
이런 필요가 엄존한다는 것. 자네도 나처럼 인정해야 하네.
교회도 육체와 영혼을 지니고 있네.
교우들이 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신성화라는 일로서 어떤 특별한 영역일세.
장사는 일종의 전쟁이니까 진짜 전쟁과 같은 특권과 용납을 요구한다는
그 편견을 깨뜨리며 그네들의 의식을 개명하는 일은
우리(사제)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흘러야 하는 일일 거야.
전쟁터의 병사는 자기를 살인범이라고 여기지 않지.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한 일에서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도
자기를 도둑이라고 생각지 않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