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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새들이 가득했다. 찌르레기 종류다. 숲 위로 매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까마귀들이 놀라 높이 솟아오른다. 언덕의 나무마다 찌르레기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갑자기 매가 찌르레기 있는 나무를 향해 돌진한다. 매가 나무에 도달하기 전에 새들이 독수리를 피해 구름 떼처럼 날아오르자 매는 새들 곁에 얼씬도 못한다. 매가 날아가자 새들이 땅 위로 내려앉는다. 새들이 5분 정도 땅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지저귄다. 그리고 번개처럼 그 일이 일어났다. 공포가 새들 사이를 엄습했다. 새들이 막 날개를 펴고 땅 위를 날아오르려 했다. 몇 초 사이에 집 뒤, 내가 있는 오두막 지붕 너머로 매 한 마리가 총알처럼 내려오더니 막 날아오르는 찌르레기무리 한가운데를 덮쳤다. 허공으로 날아올랐으나 매의 발톱에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끔찍하지만 놀라웠다. 번개처럼 나는 매, 화살처럼 박히는 발톱, 가장 느린 찌르레기가 잡힌 것이다. (<토마스 머튼의 시가>, 1950년 2월 10일)
☞ 한 편의 멋진 동영상을 보는 듯하다. 오랜 시간동안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들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집중하지만 마음은 비운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매가 나무 위에 앉아있는 찌르레기에게 돌진한 것은 새들을 다른 곳으로 쫒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이다. 나무에 앉아 있는 찌르레기에게 돌진할 수 없으니까. 새들은 위험한 나무에서 들판으로 내려갔지만, 들판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매가 급강하하면서 들판에 앉아있는 찌르레기들을 급습할 때, 어떤 찌르레기를 특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찌르레기들이 있는 곳으로 급강하 하면서 찌르레기들의 움직음을 살피고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찌르레기를 덮쳤을 것이다.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