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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지고 싶으냐말 씀/생명의 말씀 2022. 3. 28. 21:45
“건강해지고 싶으냐?” (요한 5, 6)
삼십팔 년이나 자리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38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속담처럼, 그의 가족과 친척과 친구 모두가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외로움과 소외감과 버림받았다는 마음이 그의 병을 더 깊게 했습니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깊이 병들어 갔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주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나마나한 질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그에게 자기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말길을 터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프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던, 38년의 시간을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보다 나중에 왔던 사람들도 치유 받아 먼저 떠났지만, 저는 아직도 이렇게 누워있습니다... ” 그리고 자기 자신에 관한 길고 긴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끝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를 무시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자비 가득한 마음을 지니시고서. 그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다 쏟아낸 다음, 그와 예수님은 깊고 깊은 침묵 속에 함께 머물렀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주님의 말씀은 짧았고 그의 가슴에 비수가 꽂히듯 파고들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연못의 물을 휘저어 놓을 만큼 힘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뒹굴며 살았던 자기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고, 38년 동안 죽은 사람처럼 누워만 있었던 그의 몸과 마음속을 휘저어 놓는 회오리바람 같았습니다.
살아있는 주님의 말씀이 죽어있었던 그의 믿음을 일깨웁니다. 주님의 말씀이 고통으로 모두 비워진 그의 영혼에 불을 지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이 하라는 대로 할 뿐이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들것을 들고 가는 것.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방법입니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우리 마음속에 죽어있었던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불씨가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생명의 강물이신 주님께서는 그 강의 물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가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당신 생명의 물길을 막고 있는 우리의 인간적인 것들, 죄스러운 것들을 정화시켜 주십니다. 두려운 일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고통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우리를 정화시키십니다.
그래서 주님께 대한 믿음을 청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이 믿음을 통해 예수님이 구원자이시며, 생명의 주관자이심을 ‘알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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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들의 피정 동안 코로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식을 통해 음식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알아가듯이 미사 없음이 하느님의 부재가 아니라, 그분의 현존을 더욱더 깨닫게 되는 복된 시간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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