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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말하지 않을 권리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0. 12. 14. 20:36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산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독서는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어떤 명쾌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삶과 인간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 하나를 은밀히 공모하여 얽어 놓을 뿐이다. 그 작고 은밀한 얼개들은 삶의 비극적인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살아간다는 것의 역설적인 행복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만큼이나 불가사의 하다. 그러니 아무도 우리에게 책과의 내밀한 관계에 대해 보고서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다니엘 페나크/이정임, 문학과 지성사, 2004, 225)
☞ 책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하지 않지만, 책을 읽은 다음에는 할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에게 ‘재미있었어’라고만 하지만, 자기 속에서 혼자하는 말이 있고, 자기와 나무는 이 말과 더불어 성장하고 성숙하여, 인간과 삶에 대한 안목을 바꾸기도 하고 넓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