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1월 10일, 금요일

인연을 설명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면,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되려면 500겁이 쌓여야 한다. 한 겁은 우주가 생성되어 소멸할 때까지의 시간이며 43억 2천만 년이라 했다. 이는 사방 4킬로미터의 바위섬에 선녀가 1년에 한 번 내려와 옷을 스쳐서 섬 전체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니 어마어마하다. 한데 그 시간의 500배가 지나야 이 세상에서 서로 모르는 이들끼리 옷깃을 스칠 수 있다는 것이다...친구와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할 인연은 2,000겁이 걸린다고 하며, 하룻밤을 한집에서 자는 인연은 3,000겁을 쌓아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묵상-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돌베게, 2019, 77)

   ☞  우리의 삶은 만남과 만남으로 이루어집니다. 만남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안에서 살아갑니다.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입니다. 나를 만나기 위해 그분이 오시고, 그분을 만나 그분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그분을 평생 따르겠다고 서원하기 위해, 몇 겁을 기다려야 했을까요? 그리스도교에서는 시간을 헤아릴 수 없어, 영원으로부터 준비되고 있었다고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