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5. 6. 21. 10:45
<스토너>, 존 윌리엄스/김승욱, 알에치코리아, 2025
* 그(윌리엄 스토너)에게는 장래 계획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자신의 불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 그는 대학 도서관의 서가들 속에서 수천 권의 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죽, 천, 종이로 된 책들의 퀴퀴한 냄새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마치 이국적인 향 냄새를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책을 한 권 꺼내서 커다란 손에 잠시 들고 있었다. 아직 낯선 책등과 표지의 느낌, 그의 손길에 전혀 반항하지 않는 종이의 느낌에 손이 찌릿찌릿했다. 그러고는 책을 뒤적이며 여기저기서 한 문단씩 읽어보았다. 책장을 넘기는 뻣뻣한 손가락은 이토록 수고스럽게 편친 책을 서투르게 다루다가 찢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듯이 조심스레 움직였다. (26)
* 윌리엄 스토너 앞에 놓인 장래는 밝고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수많은 사건과 변화와 가능성의 흐름이라기보다 탐험가인 자신의 발길을 기다리는 땅으로 보았다. 그에게 장래는 곧 웅장한 대학 도서관이었다. 그는 몸을 바치려고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못한 이곳에서 자신의 장래를 보았다. 장래에 자신이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38)
*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학의 힘을 파악하려고 씨름하면서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했다. 그러면서 자신 안에서 자신이 속한 세상으로 점점 빠져나와, 자신이 읽은 밀턴의 시나 베이컨의 에세이나 벤 존슨의 희곡이 세상을 바꾸어놓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들이 자신의 소재이기도 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세상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1)
* 매스터스(스토너의 친구)가 “대학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 스토너 군? 핀치(스토너의 친구) 군?” 그들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지.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걸. 도서관이나 유곽처럼 말이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을 완성해줄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진실,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모퉁이 너머 바로 다음 복도에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읽지 못한 바로 다음 책,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바로 다음 서가에.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그 서가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 ” (43)
* 전쟁(제1차 세계대전)이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엄청난 무심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쟁 때문에 대학의 일들이 중단된 것에 화가 났다. 자신(스토너)의 내면에서 강렬한 애국심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49)
* 내가(매스터스)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 바퀴 휙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기(대학)서는 서서히 사멸해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52)
*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스토너의 논문 지도교수 아처 슬론이 한 말, 53)
* 그(아처 슬론)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스토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54)
* 그(스토너)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55)
* 전에는 죽음을 문학적 사건 또는 불완전한 육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조용하게 마모되어 가는 과정으로만 생각했다. 전장에서 터져나오는 폭력이나 파열된 목에서 쏟아져나오는 피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죽음이 존재하는 까닭, 그리고그 차이가 지니는 의미가 궁금했다. (59)
*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그(스토너)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녀(이디스, 스토너의 아내될 사람)의 눈이었다. 몹시 커다란 그 눈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연한 파란색이었다. 그 눈을 보면 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73)
* 세월이 흐른 뒤, 그(스토너)는 처음으로 그녀(이디스)와 단둘이 오랜 시간을 보낸 그해 12월 그날 저녁의 한 시간 반 동안 한 것만큼 그녀가 자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자신과 그녀가 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그런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는 또한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확신했다. (77)
* 이디스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분노든 사랑이든 열기를 띤 감정이 자연스레 오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화가 나면 며칠 동안이나 예의바르게 침묵을 고수했고, 사랑도 예의바르게 친애를 표시하는 말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녀는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독이 삶의 일부롤 자리 잡았다. (79)
* 그녀(이디스)의 내면에 있는 줄도 몰랐던 어떤 것, 아마도 본능 같은 것이 밖으로 나가려는 그(스토너)를 불러 세운 뒤, 필사적으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 그는 그녀를 마음속 침묵으로부터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 (80)
* 슬론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해줄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관이 무덤 속으로 들어갈 때 울어준 사람은 바로 스토너였다. 이제 완전히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망자의 고독이 그 울음으로 조금 덜어질지도 모른다. (127)
*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스토너)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159)
*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붙었고, 그의 내면에서는 따스하면서도 단단한 엄격함의 힘이 있었다. 자신이 책에 적은 내용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인간으로서 그가 지닌 어러석음이나 약점이나 무능력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예술의 위엄을 얻은 사람. 그가 이런 깨달음을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것의 존재를 누구가 알아볼 수 있었다. (160)
*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그는 캐서린 드리스콜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을 서서히 깨달았다. 어느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오후에 그녀의 집을 찾아갈 핑계를 찾아내고 있었다. (265)
* 그는 그다움 주에 딱 한 번만 그녀의 집에 들렀다. 그다음 주에는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이토록 힘든 일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267)
* 그(스토너)는 자신이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년처럼 서투르고 어색하게 커피 탁자 옆을 돌아가서 그녀 옆에 앉았다. 서투르고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손이 서로를 향해 뻗어 나갔고, 두 사람은 어색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271)
*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두사람 모두 수줍어하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물러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게 억지로 자신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272)
*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274)
* 정숙함을 던져 버릴 이유가 없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서로에게 얼마나 정숙해 보이는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캐서린이 스토너에게 한 말, 276)
* 어렸을 때 두 사람(스토너와 캐서린)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며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연한 듯이 믿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처럼 보였다. (279)
* "어머, 나(이디스)도 잘 알아요. 남자가 40대에 접어들면 다 그렇죠. 하지만 말이예요, 윌리, 당신 나이는 그 아가씨(캐서린, 스토너의 학생, 스토너와 스무살 차이) 아버지뻘 아니에요?" 그때까지 그(스토너)는 다른 사람들, 세상 사람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남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았다. 이디스가 방금 말한 내용도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흡연실에서 언뜻언뜻 화제에 오르는 자신의 모습. 싸구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내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젊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자기보다 한참 어린 아가씨와 사귀면서 자신은 가질 수 없는 그 젊음을 향해 원숭이처럼 서투르게 손을 뻗는 비루한 중년남자. 번쩍번쩍 하게 차려입은 어리석은 광대같은 그 모습에 세상 사람들은 불편함, 연민, 경멸을 느끼며 웃음을 터뜨릴 터였다. 그는 이 남자의 모습을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살펴보면 볼수록 그 남자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284)
* 두 사람(스토너와 캐서린)은 자신들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의심할 것이라고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세상에 알려졌다. (285)
* 두 사람은 빛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 세상에 살면서 자신들의 좋은 점을 드러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바깥세상, 변화와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는 그 세상이 비현실적인 거짓 세상처럼 보였다. 두 사람의 삶은 이 두 세계에 철저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이렇게 분열된 삶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296)
* 캐서린 드리스콜과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가 그녀의 곁을 떠난지 아직 날이 밝기 전에 그녀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소지품을 모두 챙기고 책을 마분지 상자에 넣어 포장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인에게 짐을 보내달라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오후 2시 기차에 몸을 싣고 컬럼비아를 떠났다. (305)
* 스토너가 캐서린 드리스콜의 소식을 들은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1949년 초 봄에 동부의 대형 대학 출판부에서 보낸 광고전단이 그에게 날아왔다. 거기에 캐서린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에 대한 설명이 몇 마디 적혀 있었다. 미혼이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그 책을 구해 보았다. 그 책을 손에 쥐자 손가락들이 생명을 얻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떨려서 책을 펼치기도 힘들었다. 맨 앞의 몇 장을 넘기자 헌사가 보였다. “W.S.에게” (윌리엄 스토너) (352)
* 이제 자신(스토너)은 예순 살이 다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주었다. 연애시절과 신혼 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353)
* 내(죽음을 앞 둔 스토너)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이디스)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아주 먼 거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손이 이불 위를 움직여 그녀의 손에 가 닿았다. (384)
*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데이비드 메스티스, 1차 세계대전 참전 전사)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고든 핀치)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캐서린.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388)
* 그는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 책은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책장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어렴풋이 의식했다. 창밖을 지나가는 햇빛이 책장을 비췄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 쓰인 글자들을 볼 수 없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392)
*** 끝 ***
* 윌리엄 스토너: 미주리 주 시골에서 태어났다. 미주리 대학교 영문학과 조교수.
*아처 슬론: 미주리 대학교의 영문학과 교수. 스토너가 학문의 길로 들어서게 한 사람.
* 데이비드 매스터스: 스토너의 친구. 대학생이었을 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다.
* 고든 핀치: 스토너 친구. 사교적이고 사회성이 좋다. 미주리 대학의 학장이다.
* 이디스: 스토너의 부인
* 캐서린 드리스콜: 스토너의 세미나에 참석했던 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