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셨다.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창세 3,9-10)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숨겨놓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 드러내면 불편하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감춰놓기를 강요당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러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꼭꼭 밀어넣어놓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머리를 쳐드려고 할 때마다, 머리를 지긋이 밟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통과 관습과 통념과 굳어버린 생활습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라고 단정하여 말문을 막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게 되면 우리 삶이 어둡게 되고 활기가 없게 되고, 마음과 몸의 질병으로 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숨은 이야기, 감춰진 이야기, 어떤 집단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어둔 이야기. 이들이 우리 자신을 옮아맵니다. 우리 자신의 삶을 피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를 휘감아 돌고 있는 불신과 편견, 고정되어버린 프레임을 걷어낼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하느님은 하느님 당신을 두려워하며 숨어있었던 아담을 불러내십니다. 우리가 불러내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이야기하게 하는 것.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 정의화 평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화해를 위한 초대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 화해가 이루어지는 시간이며 평화의 원천입니다.
우연히 만난 <숨은 말 찾기> (홍승은, 위즈덤하우스, 2022)를 읽고나서 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