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씀/생명의 말씀

새로운 부름과 응답

leibi 2025. 5. 7. 10:59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요한 21, 3)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베드로는 꿈과 희망과 기대와 설렘과 열정으로 살고 있었다. 이런 삶은 예수라는 사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 처형으로 죽는 것을 보면서, 그의 이런 삶은 물거품 같은 것으로 되어버렸다. 베드로의 마음속에 무엇이 어떤 것이 오고갔을 까? 내가 헛 것을 보았던가? 내가 과대망상에 빠졌던가?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일까? 예수에게 속았던 것일까?

자기 삶을 지탱해 주고 있었던 예수라는 사람이 사라져버린 지금, 예수가 기대했던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지난 3년의 삶을 깡그리 부정할 수도 없었다. 부정하기에는 그 삶에 쏟았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열정이 아까웠다. 그리고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체험이 많았던 탓이다.

베드로는 이런 내적 혼란을 겪은 다음에 “나는 고기 잡으로 가네”라고 말한다. 베드로는 3년 전에 했던 평범한 일을 그대로 다시 하겠다는 말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그가 하는 말고 행동은 3년 전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3년 전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3년 전과 결코 같은 사람일 수 없었던 베드로. 베드로는 지난 시간,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 보게 되었을 것이고, 그의 삶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무슨 의미였을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되어 있었던 베드로에게 ‘변화된 주님’이 나타나셨다. 베드로가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이  자기에게 말을 건네고,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보라고 말씀하신다. 베드로가 그 사람이 주님이심을 알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주님께서 사랑하셨던 제자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예수, 주님’이심을 알아 차리게 된다.

베드로에게 일어났던 일은 바로 우리의 삶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예수님을 찾았고 그분을 따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분이 나의 삶에서 사라지고, 나의 눈과 귀에서 사라졌음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기도와 선포했던 말들이 무슨 의미였지? 내가 본 것이 헛 것이었나. 그렇다고 이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지난 시간동안 너무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 자신이 변화되었음을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된 나에게, 변화된 주님께서 다가오신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부름을 받게 되고 새로운 응답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