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책 요약

카를 융: 병으로부터 벗어남

leibi 2025. 1. 10. 09:28

나는 병을 통하여 또 다른 것을 얻었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긍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었다. 주관적인 반론없이 말이다. 현존재의 조건을 내가 보는 그대로, 내가 이해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 자신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병을 앓은 후에 비로소 나는 자신의 숙명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자아는 굴복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참아내며 진리를 견디며 세계와 숙명을 받아들을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패배에서도 승리를 체험하게 된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527-528)

*** ‘병’.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이마 마음에 관한 것이든, 병은 우리 삶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지금까지 쌓아놓았던 것과 갖고 있었던 것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하게 된다. 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동반하고, 이것은 다시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병과 싸우고 있을 때는 생존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명유지는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면, (하느님께)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맹세한다. 내가 다시 살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병은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가혹하고 무서운 시간이다. 깊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시간이고, 어둠과 죽음안에 머무는 때이다. 새로 단련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개조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것을 벗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다시 살게 되었어도 예전과 같다면, 죽음의 골짜기인 고통을 통과한 것이 아니다. 작은 죽음이 있고, 큰 죽음도 있다. 크게 죽음으로 그로부터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