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도서관 작업하면서

leibi 2024. 8. 7. 21:32

도서관 작업을 하고 있다. 파기 처분해야 할 책들을 골라내는 작업은 몇달 전 이곳에 왔을 때 끝냈다. 지금은 주로 라벨 작업을 하고 있다. 라벨의 크기와 분류번호의 글자 크기가 네 가지로 되어 있는 것을 통일하고 있다. 같은 책인데 분류를 달리했기 때문에 각기 다른 곳에 꽂혀있는 것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작업 시작하면서 3-4명이 5-6일 정도 작업하면 마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며칠 더 걸릴 것 같다.

분류작업할 때 책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봐야 할 경우가 있는데, 가끔 ‘이곳에 이런 책들도 있었나?‘라고 감탄할 때가 있다. 종이는 누렇게 되었고 제본도 망가졌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게 여겨지는 내용때문이다. 주로 70년대 초에 번역되었던 기도와 관련된 책들인데, 그때에도 지금처럼 기도에 대한 갈망을 지닌 사람이 많았고, 기도를 가르치려고 했던 사람들도 많았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쓴 사람들은 그 분야와 주제에 대해 무엇인가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수없이 많이 출판된 책들 중에서 어느 한 권을 선택하게 된다.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관련 지식을 넓히고 심화시키기도 하며,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기도 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금까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책의 저자와 독자가 만날 때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어떤 것에 대해 설명하고, 독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독자를 초대한다. 독자 또한 아주 다양한 내외적 동기로 책을 읽는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재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 삶의 길을 찾기 위해서... 이렇게 작자와 독자가 각기 다양한 내외적 동기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로 엮어지게 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