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계시는 시간과 역사 안에서 전해집니다. 창조와 구원이 모든 위업이 빛나게 되는 것은 바로 시간 안에서입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맡겨 주신 당신 자신과 당신의 생명에 관한 진리는 시간과 역사 속에 잠겨 있습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역사는 성령의 끊임없는 활동으로 계시 진리의 내용이 충만히 표현될 수 있도록 따라 걷는 여정이 됩니다. 역사는 하느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어떤 일을 행하시는지를 보게 되는 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는 것들, 다시 말해 그것들을 떠나서는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일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느님 아드님의 육화사건에서 우리는 인간의 마음 홀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지속적이고 결정적인 종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영원한 것이 시간속에 들어오고, 전체가 부분 속에 감춰지며, 하느님께서 인간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시는 것입니다. (<신앙과 이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제1장 ”하느님 지혜의 계시“ 중에서)
*** 그리스도교는 영원하시고 창조주 하느님께서 한 사람으로 시간과 공간속으로 들어오셨음을 믿고 고백한다. 하느님의 계시자로서 인간의 시간과 삶의 자리로 들어오신 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과 더불어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아주 의미깊은 것으로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과 이성>에서는 ”혈육을 취하신 말씀의 신비를 떠나서는 인간의 신비가 참되게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밖의 다른 관점을 통해서는 인격적 실존의 신비는 불가해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픔, 무죄한 사람들의 고통, 죽음 등과 같은 극적인 물음들에 대해서는,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로부터 흘러 나오는 빛 속에서가 아니라면 인간이 다른 어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12항)라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매일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신비를 밝혀 주는 것이고 신비이신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