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4. 6. 24. 11:44
좋아하는 것을 버리는 사람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사람도 없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라고 말씀하신다. 모진 말이다. 그 말씀 그대로 실행하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하지도 못하고 저렇게 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사람도 있다. 한 번도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한 것이 없었고, 그래서 어떤 것을 미워해본 적도 없이 그날 그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탄생과 죽음, 빛과 어둠, 안과 밖, 얻음과 버림, 옴과 감처럼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는 삶의 한 가운데 서 있기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인 어정쩡함은 한 인간을 고뇌하고 말들고, 그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자기의 힘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절절하게 체험하기 때문에 구원을 향해 손길을 내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