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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젊었을 때는
leibi
2024. 5. 25. 11:34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요한21,15)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당신께 대한 사랑에 대해 물으십니다. 성경의 이 대목을 풀이하면서 성경학자들은 '사랑'이 그리스어로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관능적인 사랑 '에로스', 호의적인 사랑 '필로스', 희생적인 사랑 '아가페'입니다. 주님과 베드로 사이에 이루어졌던 '사랑'에 대한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리고 그리스어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서 제 삶의 역사 안에서 '사랑'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던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그리스어로 세 가지 있다고 했습니다만, '사랑'에는 이 세 가지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그렇지만 젊었을 때와 중년이었을 때, 노년에는 이 세 가지 사랑에 대한 비중은 다를 것처럼 보입니다. 젊었을 때의 사랑은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사랑에 비중을 둡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지는 사랑,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랑이 우선입니다. 중년이었을 때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무엇인가 이루어내려는 사랑입니다. 타인을 위하고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아직까지 나-중심적인 사랑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기쁘게 나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랑을 생각하면서,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젊은 날의 감각적인 시작된 사랑이 중년기의 열정과 헌신을 가능케 하는 의지적인 사랑을 거치면서, 자신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맡기는 사랑을 향해 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