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도서관 작업하면서

leibi 2024. 4. 13. 20:35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일했다. 몇년동안 책 정리를 안했고, 형제들이 다른 공동체로 이동하면서 내놓고 간 책들과 자료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근래에 책을 많이 구입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장에 여유공간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수도원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는 책과  같은 책이 여러 권이 있는 거, 그다지 귀중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책, 오래되어 파본이 된 책을 솎아냈다. 솎아낸다고 하지만 명확한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별할 수 밖에 없었다. 장서량이 많지 않아 대부분 알고 있는 책이었지만 가끔 책장을 뒤적여 보기도 했다. 그 어떤 책이든 저자들이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 썼을 것이다. 이런 책들 중에서 어떤 것을 파기 처분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래에 새로 구입한 책은 많지 않아보였다. 책을 많이 구입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형제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자랑하듯이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순식간에 없어져 버린다. 이틀 전에도 그런 사람을 두 명이나 만났다. 한때는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취미로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책뿐 아니라 종이신문을 읽지 않으니 주간지나 월간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문자 세대에 속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기만 하다.

문자 매체가 빠르고 신속하고 재미있는 영상매체에 자기 자리를 내준지 오래되었다. 이런 문자와 더불어 지금까지 동거동락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으리 없다. 문자매체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말하곤 하지만 언젠가 문자 장례식을 치루지 않으면 안되는 씁쓸한 때가 올 텐데, 이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