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4. 4. 9. 18:31
병원으로 면역 항암제를 맞으로 가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들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강렬할 그리움, 아니 그리움이 아니다. 살아서 한 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욕망의 충동.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은, 아니 품으로 파고들고 싶은, 그렇게 어머니의 몸속을, 그 몸 안의 어떤 갱도를 통과하고 싶은 절박한 충동.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멘트 바닥을 천공하는 지렁이처럼.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233)
*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여 욕망이라고 한다. 욕망이라는 단어도 부족하여 지렁이가 살아남기 위해 시멘트를 뚫고 땅을 찾는, 이라고 말한다. 죽음 앞에서 만나게 되는 살고 싶다는 섬찟할 정도의 욕망, 생명을 향한 무자비한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