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책 요약

세계안의 불

leibi 2024. 3. 29. 16:12

불이  다시 한번 이 땅에 들어왔습니다. 불꽃은 온 세상을 안으로부터 밝혀 주었습니다. 이 빛이 스며들어갔습니다. 이 빛은 각 층의 물질 단위, 에너지, 저희의 우주를 하나로 이어주는 끈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파고들었습니다. 오늘 생겨나는 새 인류 안에서 ‘말씀’은 당신 자신의 탄생 행위를 끝없이 연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속에 말씀이 들어오셨다는 그 사실로  말미암아 물질 세계의 거대한 바다가 미미한 파랑을 일으키지 않고 생명을 얻어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나의 하느님이시여 당신의 육화를 통해 모든 물질은 이제 육화되었습니다. 저는 야곱처럼 하느님과의 씨름에서 패배할 때에만 물질속에서 그분을 만질 것입니다. 저희가 좋아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당신께서는 엄연히 세상에 육화해 계십니다. 저희는 모두 당신 안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똑같이 가까이 계시지는 않으십니다. 저희는 모두 똑같은 세계에 들어와 있지만, 저희 하나는 제각기 다른 소우주를 이루고 있어서 육화는 그 하나 하나의 소우주에 따라 그 실현의 정도를 달리하며 각기 고유한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와 저의 동료 인간들을 둘러싸게 될 꼭같은 상황들 속에서 당신께서는 조금, 또는 많이, 혹은 더 많이 현존하시거나, 아예 씻은 듯이 현존하지 않으실 수가 있습니다. 각 창조물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감지해 내게 하소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주님, 저에게 믿음을 주소서.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 떼이야르 드 샤르댕/김진태,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4,  3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