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나는 ~이 아니다

leibi 2024. 2. 22. 20:53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엘리야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요한 1,20-23)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아는 것,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부풀려진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 부풀려지기도 합니다. 부풀려지고 과장된 자기 자신에 대한 모습 때문에 헛발질을 하게 됩니다. 어떤 자리에 앉으려면 그에 맞갖은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영광 때문에 자리를 탐합니다.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세계관과 인생관도 없는 사람을 다른 사람을 이끌고 인도해야 하는 자리로 올라가라고 부추깁니다.

자기가 어떤 자리에 앉아서는 안될 사람임을 알고 그 자리를 피하고, 자기에게 적합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미숙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어떤 몫에로 불림받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의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는 한낱 소리에 불과하다."라는 말, 광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맑고 시원하게 여겨집니다. 부풀려진 자신의 모습에서 바람을 빼내는 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추김을 받을 때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 멋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