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4. 2. 21. 20:50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마르1, 13)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 일을 머무십니다. 편안하고 고요하게 머무신 것이 아니라 유혹을 받으며 머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들짐승과 함께 지내셨고, 이런 예수님을 천사들이 시중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짧지만 아주 중요하고 흥미있는 말씀입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고 있는 말씀입니다. 인간은 영과 육으로 되어 있습니다. 몸과 정신으로 되어 있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몸과 육은 물질이며, 물질은 한계가 있고 소멸되고 변화됩니다.
몸과 육을 지닌 인간은 태어나고 먹고 병들고 죽습니다. 욕구와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힘과 시간을 쏟아붓습니다. 인간은 정신이며 영입니다. 땅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마음속에 항상 자기 아닌 것, 자기가 살고 있는 곳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상하고 아름답고 영원한 것을 목말라 합니다.
들짐승은 난폭하고 무섭습니다. 언제 어디서 사람을 공격할 지 모릅니다. 천사들은 하늘의 존재입니다. 하늘에서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 들짐승과 천사들 사이에 머물러 계십니다. 들짐승과 천사들과 함께 평화로이 머무십니다. 광야의 외적인 환경을 말하는 것이면서, 예수님의 내적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들짐승이 있고 사람들 안에 천사들이 있습니다. 들짐승과 천사가 한데 어울려 있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거나 항상 충돌을 일으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안에서 들짐승과 천사가 한몸이 되어 있습니다. 물질과 정신, 영과 육, 들짐승과 천사가 하나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광야에서 들짐승과 천사들과 함께 사셨던 예수님에 대해 말하면서, 교회는 노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노아의 방주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것을 방주안으로 불러들여 죽음의 위험으로 구해주실 뿐 아니라, 그들이 함께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양립할 수 없고 공존할 수 없고 조화롭게 함께 머물 수 없는 것들이 함께 하면서 사는 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입니다.
광야는 기다림의 장소입니다. 시련과 고통의 장소입니다. 메마름안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며,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이라는 광야의 시간을 지내면서, 정신과 물체, 영과 육으로 분열되어 있는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자신을 통합하여 조화롭게 되고 하나되게 하는 구원의 길로 인도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