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12. 12. 22:09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욥 19,26-27)
☞ 욥이 하는 말을 들으며, '두고 보자'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두고 보자."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분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고야 말겠다는 굳은 마음입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증명해 보이겠다는 마음입니다. 자기에게 아주 깊은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하고 말리라는 무서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혹은 자기가 하고 있는 평범한 일이 반드시 깊은 의미가 있을 것임을 믿고 희망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그 일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 서서 바라보는 초연함을 말하기도 합니다.
욥의 친구들은 욥이 당하고 있는 지독한 고통을 보면서 '네가 모르지만 네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비난 투의 말을 합니다. 고통의 원인을 인간적인 것에서만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욥은 자기가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해 "하느님께서 나를 학대하시고 나에게 당신의 그물을 덮어씌우셨다"(19,6)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기 생각이 옳음이 언젠가 밝혀 지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런 자신의 믿음과 더불어 '두고 보자'는 인간적인 오기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 낸 것입니다. 그래서 '두고 보자'라는 말은 자기가 목표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내적 동력이기도 하고, 인간적인 것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끌어 가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두고 보자'라는 말이 여러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두고 보자"라고 말하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이 있다면, "두고 보자라고 말하는 사람 하나도 무섭지 않더라"는 말처럼 되지 않게 마음을 굳게 다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