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12. 6. 16:33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수십 년간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동안 얼마 전부터 이 작가에게서 느껴지던 편안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변하지 않을 것은 변하지 않았으면서도 나이가 들면서 변할 것은 변했다는 데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이었다. 변하지 않을 것은 변하고 변할 것은 변하지 않는 부자연슬운 선례들에 신물이 나던 터라 이 순순한 노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법>, 정영목, 문학동네, 2018, 227)
☞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 우리 몸속에 넣어주신 하느님을 찾고 공경하는 마음, 자비로운 마음, 선한 마음, 선하고 좋은 일을 시작할 때의 순수한 마음 등이다. 변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인가.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던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 옹졸한 마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만 내려는 자세, 자기 생각과 뜻이 전부라고 우기는 태도 등이다. 변하면 안 되는 것이 변화된 사람을 변절자라고 말한다.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은 사람을 '꼰데'라고 부른다. 어떤 경우에도 변하면 안 되는 것을 묵묵히 고수하며 사는 사람을 어르신이라고 한다면,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른 애'라고 해야 하나? 어디를 봐도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 일반 호칭으로서의 어르신이 아니라, 역할로서 어르신인 나이 든 사람은 없다. 모두 다 나이 듦을 거부하고 있다. 나이 들어감이 멀리해야 하고 피해야 할 죄스러운 일처럼 되어버린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