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10. 21. 14:53
“ ‘토끼 효과’가 의사로서 당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구요.”
“토끼 효과는 의사들이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걸 보여줬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생활방식의 토끼에게 말을 걸고 안아주자 식단의 많은 부작용이 사라졌어요. 놀랍지 않나요? 저는 지난 몇 년간 다정함이 우리 신체에 미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그 데이터는 정확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건강의 본질적인 요소는 의학 서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요.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건강 문제의 본질이라는 거죠.”
“좋은 의사보다 좋은 상사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만큼 좋은 상사를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사에게 지지를 받고, 일하는 동안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인정과 보상을 받는다고 느낄 때 면역 시스템이 개선되고 질병 저항력이 커집니다. 얼마나 공정하고 따뜻한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개별 직원의 건강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 관련한 위험 신호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습니까?"
"지속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존엄성이 침식당한다고 느낄 때죠.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도한 호르몬 작용으로 신체에 마모가 일어나고 염증이 촉진되어 나이 들어 보이고 생활습관도 나빠집니다."
"환경이 인간 DNA의 서사를 바꾼다는 결론을 부모가 양육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차가운 엄마보다 다정한 엄마를 선호할 거예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생존에 절대적이거든요. 진심을 느낄 만큼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세요. 더많이 눈을 깊게 바라보고 더많이 애정을 담아 웃고 함께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을 하세요. 가끔 온몸으로 힘 있게 안아주세요. 그렇게만 해도 아이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거예요. 그 영향은 유전 형질에도 영향을 주고 손주와 증손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글쓰기와 건강의 효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쓰는 것만으로 통증이 완화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실험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글로 쓰는 것만으로 주관적 고통이 줄어들고 면역기능의 혈청 지표가 개선됐어요. 3일 동안 하루 15분씩 글을 쓰는 것처럼 간단한 방법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 놀랍죠? 글쓰기는 우리의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을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해요. 그러한 경험으로 당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깨닫는 거죠."
"공감과 연민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것을 분별하는 게 왜 중요하죠?"
"공감과 연민의 차이를 알아야 번아웃과 독이 되는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어요. 공감은 필터 없이 온전히 타인의 고통을 강렬하게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완화해 주려는 노력입니다. 공감은 힘을 주는 관계에서는 훌륭하지만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겨울 수 있죠. 그래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할 위험도 큽니다. 다행히 연민은 지적 각성 능력입니다. 타인과 유대감을 느끼고 스트레스 경험으로부터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죠. 두 개의 감정은 서로 다른 뇌영역을 사용합니다. ‘너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라는 말로 가둬서 판단하지 말고,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라고 친구의 힘든 상황에 사려 깊게 동참해 보세요." (연민은 아마 compassion 번역일 것이다. ‘자비로움’으로 이해해도 될 듯)
“건강을 위해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가요?”
“옥스퍼드대 진화심리학 교수인 로빈 던바의 연구에 따르면,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의 가까운 친구가 건강을 위해 가장 좋지만, 당신을 지켜줄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동네에서 만나는 이웃과 나누는 눈인사 등의 미세 친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변동성이 큰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건강한 삶을 위한 팁을 부탁드립니다.”
“첫째, 자신의 감정을 터놓고 얘기하세요.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한숨 돌리세요. 대화에 참여하기 전에 10초라도 의도적으로 잠시 멈추고 천천히 말해보세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서두르지 않을 때 더 다정하고 덜 편향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위대한 대화>, 김지수 인터뷰집, 생각의 힘, 2023, 306-321, “친절은 증폭되고 전염됩니다”/켈리 하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