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책 요약

신에게 보내는 편지

leibi 2023. 9. 15. 21:38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함영준 연출, 에릭 엠마누엘 슈미트 원작, 김민정 번역, 김혜자 출연, 2013-1014년 공연). 백혈병에 걸린 소년 오스카와 나이 많은 간호사 장미 할머니(핑크빛 옷을 입은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백혈병으로 열흘 남짓 밖에 살 수 없는 오스카를 보며, 그의 부모와 의료진이 오스카를 피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 있는 오스카에게 장미 할머니가 다가가서 말합니다. "네 생각을 고백하렴.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생각들. 그것들은 너에게 들러붙고 너를 짓눌러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너를 썩게 만들지. 고백하지 않으면 너는 구닥다리 생각들로 가득 찬 악취 나는 쓰레기장이 될거야." 오스카는 장미 할머니의 말에 따라 하루를 10년이라 생각하며 살기로 합니다.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매일 하느님께 한통의 편지를 쓰라고 권합니다. 이 말을 듣고 오스카가 묻습니다. "왜, 하느님께 편지를 써야 해요?" 그러자 장미 할머니가  "그래야 네가 좀 덜 외로울 것 같아서"라고 응답합니다. 그러자 오스카는 매일 자기에게 일어난 일과 자기가  생각한 것을 하느님께 써서 보냅니다. 
   오스카가 편지를 쓴 지 열흘 째 되던 날, 그러니까 죽기 이틀 전에 오스카는 하느님께 이런 편지를 씁니다. "오늘 난 백 살이 되었어요. 장미 할머니처럼요. 계속 잠이 쏟아지지만 기분은 좋아요. 난 엄마랑 아빠에게 삶이란 참 희한한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줬어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선물을 과대평가해요. 영원을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나중에는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쳐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선물받은 게 아니라 잠시 빌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요. 삶은 선물이 아니에요. 잠시 빌린 것이죠. 빌린 거니까 잘 써야죠. 함부로 쓰면 안되는 거예요." (<생에 감사해>, 김혜자, 228-240) 

삶과 실갱이 할 때가 있습니다. 본인도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실갱이 해야 하는 때가 있고,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는 때도 있습니다. 그때가 이른 아침처럼 아주 일찍 찾아온 사람도 있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묻습니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들지", "산다는 게 뭐지?", "언제까지 이리 힘들게 살아야 하느거지?" ··· 아무리 찾아도 답이 없을 것 같은 삶에 대한 질문들. 그래서 오스카도 장미 할머니이게 이렇게 묻습니다. "삶에는 해답이 없다는 건가요?"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내 생각에는요, 장미 할머니, 삶에는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는 것 같아요." 

산다는 것, 삶. 그것을 선물로 생각하든, 빌려온 것으로 생각하든, 살아내고 견뎌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든. 우리 모두 앞에 버티고 서서 우리 각 개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응답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삶입니다. 이런 삶을 진지하게만 생각하기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하게 될 것 같고, 재미와 즐거움과 가벼움만을 추구하며 살기에는 너무 소중하고 귀중한 삶입니다. 이런 삶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하든, 진지하게만 대답할 수 없고 가볍게만 대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