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8. 11. 22:18
나에게 또 다른 로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팔라틴 언덕 아래 고대 로마 공회소 가장자리에 있는 옛 성당 벽의 프레스코화였다. 거기서부터 고대 로마 공회소 유적을 횡단하여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란 쉬운 일이었다. 이 성당 애프스에 큰 모자이크가 있었다. 암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심판하러 오시는 그리스도의 발치에 구름이 점점이 있고 그 구름 속에 불이 엿보이는 모자이크였다. 이 모자이크르 발견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 나는 비잔틴 모자이크에 매혹되었다. 그래서 같은 시대에 건축된 모자이크가 있는 성당을 모조리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순례자가 되었다. ...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나는 그리스도라고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 것은 로마에서였다. 지금은 나의 하느님이요 임금으로 계시면서 내 삶을 차지하고 다스리시는그리스도를 로마에서 처음 만난 것이다. ... 나는 내 방에 있었다. 밤이었고 불이 켜져 있었다. 그때 갑자기 돌아가신 지 1년이 넘은 아버지가 홀연히 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얼마나 생생하던지 아버지가 내 팔을 툭 치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소스라치게 놀랐다. ... 불이 깜박였다. 그 순간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은 느꼈다. 찰나와 같은 바로 그때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빛 속에서 비참하고 부패한 내 영혼의 깊은 곳짜기 들여다볼 수 있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곧바로 그 비참함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력한 항거와 함께 해방과 자유에 대한 진지한 갈망이 생전 처음으로 힘차게 솟수쳐 올라왔다. 기도와 함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고 그 눈물이 나를 위로했다. 그러는 동안 내 방에 아버지가 있다는 생생한 느낌은 없어졌지만 나는 아버지를 내 마음에 모시고 아버지와 이야기했고 아버지를 중재자로 삼아 하느님께 말씀을 여쭙고 있었다. (<칠층산>, 24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