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8. 10. 16:04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편지는 간단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고, 우리 사이에 깊은 이해가 존재함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편지는 내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의 내적 유대를 돈독히 하고 진정한 평화와 일치의 기본이 된다. 외적이거나 법적이거나 교리적인 것은 이런 유대를 형성할 수 없다. 고독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다가서지 않고 어떤 관계도 맺지 않겠다는 허영으로 정신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토마스 머튼의 시간>, 1958년 10월 12일)
파스테르나크한테서 편지 두 통을 받았다. ... 로렌스 신부님에게 엄격하게 격리된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수도자와 철의 장막에 가려진 감시 대상 시인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했다. 나는 루이빌이나 바드스타운, 심지어 수도원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파스테르나크한테서 더 많은 친밀감을 느낀다. 깊은 적대감을 지닌 두 나라 사이에 교류를 위한 어떤 대화도 없으면서 달과 교류하는 데 몇 백만 달러를 사용하다니! (1958년 10월 18일)
☞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인격적인 만남이 없다면 오히려 갖고 있는 얼마 안되는 힘을 빼앗기고 나중에는 공허한 상태로 된다. 삶처럼 현실적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자기 이야기에 몰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성생활과 기도에 침묵이 요구되고 필요하다는 생각과 생활이 계속되는 활동과 외침소리와 쉴 틈을 주지 않고 몰려오는 영상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주변의 것들이 부서지고 쓰러지고, 주변의 모든 것을 깡끄리 빨아들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