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7. 20. 21:52
해골 형상을 한 한 사람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외치고 있다. 그의 두 손이 해골 형상을 한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 귀를 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등 뒤에는피처럼 붉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공포에 떨고 있는 이 사람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이 그 하늘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다.
이 사람이 이렇게 '절규'하고 있는 것은 그가 겪고 있는 견딜 수 없는 내외적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고통당하면서 보게 된 자신의 비참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전부이고, 달리 해석할 수 없을까?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탈출 3, 9)라는 말씀을 접하면서, 다른 사람이 고통받으면서 울부짖고 절규하는 소리를 듣고 있기가 너무 괴로워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한숨소리와 신음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아프게 하고 찔러대는 하느님의 말씀에도 귀를 틀어 막는다. " '서로 자애와 동정을 베풀어라. 과부와 고아 이방인과 가난한 이를 억누르지 마라. 남을 해치려고 마음속으로 궁리하지 마라'. 그러나 그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등을 돌렸으며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다."(즈카 7, 10-11) 뭉크의 '절규'가 즈카르야 예언자의 말씀을 그대로 표현한 것처럼 보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