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6. 10. 20:54

이옷 저옷의 주머니, 책상 설합, 가방, 책을 들쳐보고, 조금 전에 머물렀던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휴대폰이 전혀 생각지 않았던 세면대 위에 있을 때, 헛 웃음이 나온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베낭 메고 더위에 헉헉대며 아픈 다리 달래가며 하루종일 허기적대며 걸었던 순례길인데, 어떤 사람은 자동차로 30분 만에 주파하여 느긋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조금 허망하다. 좌우 옆이나 뒤를 되볼아 볼 시간도 없이 그렇게 하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앞만 보며 전력질주 했는데, 앞에 가는 낯설지만 많이 본듯한 사람의 뒷모습. 그것이 다름아닌 자신의 뒷모습이고 가리워진 모습인데, 그렇다면 그렇게 달렸던 것이 자신의 가리워지고 숨겨지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꿀꿀한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 많이 허망하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라고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