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3. 6. 9. 22:16
좌파와 우파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전자가 지상의 모든 국민과 계급 사이에 존재하는인간 조건의 불평등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평등을 포함하여- 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죠. 좌파를 지지하는 것은 개인이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면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뭔가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일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와 반대로 우파 전망의 바탕에는 불평등과 강자의 법칙과 적자생존, 다시 말해 현재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자유주의 경제에서 작용하는 그 모든 것을 용인하는 입장이 깔려 있습니다. (<칼같은 글쓰기>, 아니 에르노/최애영, 문학동네, 2005, 86)
☞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이 설명이 맞는다면, 좌파의 관점과 그리스도교의 관점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교회는 우파 성향으로 쏠리고 있는가. 그리스도교에서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개인의 권리와 자유와 행복 추구를 지지하고 촉구하지만, 우파적인 성향에 쏠려있는 것은 교회 또한 세상을 휩쓸고 있는 자유주의 경제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라고 하지만 '돈'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힘이 '폭력'으로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우파에서는 돈 때문에 영혼이 사라져버렸고, 좌파에서는 인간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져버렸다. 무섭다. 이런 세상에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