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패배감과 열등감-집착

leibi 2023. 4. 29. 11:14

나는 사회적으로 내 작업을 인정받음으로써 그 여자에 대해 느꼈을지도 모를 보상적 우월감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타인들이 어떤 상상을 할지, 그들의 시선을 그려보고 추측해보는 것은 무척이나 기운을 돋워주고 허영심을 만족시켜주지만, 그것조차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방과  다른 점은 모두 열등한 것으로 바꾸어놓으며 자아를 지워버리는 질투라는 감정을 겪으면서, 나의 육체, 나의 얼굴뿐 아니라 나의 활동, 내 존재 전체가 평가 절하되고 있었다. (<집착>, 48)

  ☞ 사랑으로 인한 질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패배감이 일어나게 한다. 아니 에르노처럼 자신이 싫어서 떠난 남자이고, 그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갔을 때라도 그러하다.  아니 에르노는 이것을 <집착>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육 년간의 관계를 끝내고 몇 달 전 W를 떠난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열여덟 해 동안의 결혼생활 뒤 다시 얻게 된 자유를 그가 처음부터 애타게 원했던 동거생활과 맞바꿀 수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싫증이 나서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 후로도 계속 전화 연락을 주고 받았고, 가끔씩 만나기도 했다. 어느 저녁 그는 내게 전화를 걸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서 한 여자와 함께 살 거라는 소식을 알려왔다. ... 그 순간부터 이 다른 여자의 존재가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그녀를 통해서가 아니면 더이상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11) 
  질투는 아주 많은 다른 감정과 쉽게 연결되는데, 패배감은 자연스럽게 열등감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못났으며 그 사람보다 하위에 있다는 느낌이고 생각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평가절하 한다.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왜곡하여 허약한 자아상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자아가 송두리 째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