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12. 23. 21:25
나는 TV 화면의 대성당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그 일에 내 목숨이 걸려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말하는 미친 사람에게 내 목숨이 달렸다면. ... "설명이 잘 안 되네요? 그렇죠" 내가 말했다. "대성당들은 정말 큽니다." 내가 말했다. "어마머아해요. 돌로 만들었죠. 때로는 대리석으로도요. 그 옛날에는 대성당을 지으면서 사람들은 하느님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었던거죠. 그 옛날에는 모두의 삶에서 하느님이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대성당을 지어놓은 걸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말했다. "이 정도로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설명이 없습니다. 이런 일은 잘 못하겠습니다." "괜찮네, 이 사람아." 맹인이 말했다. ... "이해하네, 이 사람아. 별거 아니야. 걱정하지 말게." 그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내 부탁 좀 들어주겠나? 좋은 생각이 났어. 좀 두꺼운 종이를 가져오겠나? 펜이랑. 우리 뭘 좀 해야겠네. 같이 하나 그려보자구. 펜하고 좀 두꺼운 종이면 있으면 된다네. 자, 이 사람아, 어서 가져오게나." 그가 말했다. ... "좋아. 좋아, 같이 한번 해보자구." 그가 말했다. 그는 내 손, 펜을 쥔 손을 찾았다. 그는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시작하게나, 이 사람아, 그려봐."그가 말했다. "그려봐. 뭘 하는건지 알게 될 거야. 내가 자네 손을 따라 움직이겠네. 괜찮아. 내가 말한 대로 시작해보게나.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그려봐." ...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 나는 다시 볼펜을 잡고, 그는 내 손을 찾았다. 나는 끈덕지게 그렸다. 나는 그림 실력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묵묵히 계속 그렸다. ... "이제 눈을 감아보게나." 맹인이 네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그럼 계속 눈을 감고." 그가 말했다. "이제 멈추지 말고, 그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했다. ...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그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에서)
***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맹인에게 설명해 주어야 했던 때가 있었던가? 내가 들었던 이야기를 농인에게 전달해 주어야 했던 때가 있었던가? 그리고 그 일이 내 안위와 관련된 때가 있었던가? 이러한 때가 있었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당혹스럽고 두려울까 상상만 할 뿐이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전해주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실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자기가 얼마나 명확하게 알고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타인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아닌가를 보면 된다.
신앙은 자기 삶을 통해 증거하고 고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해를 추구한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신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