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12. 1. 20:08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어제 오후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봄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쳤습니다. 지난 4년의 마무리였습니다.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능력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그런 시간을 지내면서 얻었던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배웠고 몸과 마음속에 새겨진 정보와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더불어 몸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우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막연한 목표와 동기로 외국어 공부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았습니다. 앞으로도 외국어는 계속 공부할 것입니다. 영어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하는 국제 회의에 참석할 일도 없을 것이고, 영어를 못하면 굶어 죽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된 책을 읽어야만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태리어 공부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쓸모가 없는 다시 말해 국제적인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몇 년 전에 이태리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창립자와 관련된 책, 수도회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이 분야에 관한 책은 주로 이태리어로 되어 있습니다. 창립자의 가르침과 수도회의 영성을 심화시켜 나가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된 책들이 좋다는 것뿐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창립자께서 사시고 활동하셨던 그 현장에 가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서 제 자신의 근원과 뿌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날을 위해 매일 이태리어로 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매일 무엇인가 이태리어로 한두 줄 써는 시간을 가지려고 마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둠이 빨리 내려오고 추운 날에는 따뜻한 방에서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