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11. 17. 11:50


"이 봉인을 뜯고 두루마리를 펴기에 합당한 자 누구인가?"(묵시 5,2)

우리는 모두 봉인된 하나의 두루마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두루마리입니다. 봉인되어 있기에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두루마리의 봉인은 나만이 뗄 수 있습니다. 두루마리는 한순간에 모두 펼쳐지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이 매일 조금씩 두루마리를 밀어 펼쳐냅니다. 오늘 저녁이라는 시간 속에서 제 앞에 펼쳐질 두루마리에 어떤 것이 새겨질지 저는 모릅니다. 펼쳐진 채 제 앞에 놓여있는 두루마리 위에 무엇인가 써내려가고 있을 것이고, 어떤 그림인가를 그리고 있을테고, 어떤 형상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두루마리의 밑그림이신 주님이 계심을 믿으며, 그분께서 주신 하루라는 두루마리를 펼쳐나갈 뿐입니다. 두루마리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우리 삶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이 드러날 때에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