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유토피아
보내주신 <역사와 유토피아> 잘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었습니다. 고전적으로 보이는 표지와 탄탄하게 보이는 제본이 맘에 들었습니다. 에밀 시오랑이 쓴 책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매일 수십권의 책이 나올 텐데, 처음이라고 해서 놀랄만한 일이라고 할 수 없겠죠. 책을 받은 지 며칠 지났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쉽게 읽히지 않았고, 몇 군데 읽다 그만두었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라 말하며 지나가 버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그가 썼다는 책 제목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볼 정도였습니다.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도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게 했을 것입니다. 저자의 삶의 궤적과 책의 내용이 항상 일치하지 않지만, 문학작품이 아니라면 저자의 삶과 내용은 어느 정도 합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에밀 시오랑의 삶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하여 읽고서 그의 글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와 유토피아>에 보석처럼 빛나는 짧은 문장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그렇지만 이것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거나 다른 사유로 넘어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에밀 시오랑의 사유 과정을 따라갈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떤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아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정독하게 되었을 때는 지금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을 이만 접습니다.